가사도우미, 역대 최대로 늘었지만… 노동권 인정 멀었다



직장인 이모(37)씨는 월 150만원을 주고 ‘이모님’을 쓴다. 친정엄마가 세 살 아들을 어린이집까지 데려다주지만, 오후에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어서다. 중개업체에서 소개해준 사람은 자녀를 다 키운 67세 아주머니다. 빡빡하게 살다 보니 노후를 준비하지 못해 일을 한다는 ‘이모님’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청소나 간병 등의 일을 한 적이 있다고 했다. 파출부, 보모 등으로 불렸던 ‘가사도우미’가 늘고 있다. 여성의 사회 진출, 일자리가 필요한 고령층 여성의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여기에 이른바 ‘플랫폼’이라는 스마트폰 앱이 등장한 효과가 더해졌다. 중개플랫폼이 발달하고 중개업체가 생기면서 그동안 숨어 있던 ‘사적 고용계약’이 밖으로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이 커지는 만큼 가사도우미의 처우를 둘러싼 논쟁도 거세지고 있다. 현재는 ‘노동자’로 분류되지 않는 이들을 어떻게 보호할지가 핵심이다. 1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가사근로 취업자 수는 역대 최대 규모로 증가했다. ‘가구 내 고용활동 및 달리 분류되지 않은 자가소비 생산활동’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2만7000명 늘었다. 통계가 작성된 2014년(-5만6000명) 이래 가장 큰 증가폭이다. 2014년 이후 줄곧 줄기만 하던 수치가 처음으로 플러스로 돌아서기도 했다. 수요·공급 확대와 더불어 플랫폼업체 등의 등장으로 사적 고용계약이 통계에 잡히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가사근로자의 ‘지위’가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11조는 ‘가사사용인에 대해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다. 사용자가 노동법에서 보장하는 임금 수준, 휴가, 4대 보험 등을 가사근로자에게 보장하지 않아도 국가에서 처벌하지 않는 것이다. 가사근로를 제공하는 가정집을 사업장으로, 일을 시키는 사람을 사업주로 보기 어렵다는 점과 사적 공간에 행정기관 개입이 쉽지 않다는 걸 반영한 것이다. 다만 시장 확대와 함께 ‘노동권 보호’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방식은 중개업체 직접고용이다. 중개업체를 통해 이들을 보호하는 셈이다. 쟁점은 보장 범위다. 업체들은 직접고용을 하되 ‘특수성’을 고려해 노동법의 일부만 보장하게 해달라고 한다. 가사노동 중개플랫폼 ‘대리주부’가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규제샌드박스’를 요청한 이유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위험성을 경고한다. 노동법의 예외를 터주는 걸 우려한다. 직접고용을 해서 지휘·감독을 하고 싶으면 그에 따른 의무(보장)도 모두 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현행 근로기준법이 법을 적용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적용하지 않았을 때 처벌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강조한다. 때문에 가사근로 시장도 ‘근로자’와 ‘자영업’의 유리한 부분만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우려가 높다. 플랫폼업체에서 직접고용을 하지만, 비용절감을 위해 노동법 일부만 적용하는 부작용이 불거지는 것이다. 일부에선 ‘0시간 계약’ 얘기도 나온다. 직접고용을 하되 프리랜서처럼 최소 근무시간을 보장해 주지 않으면서 경영상 위험을 떠넘기는 식이다. 권오성 성신여자대학교 교수는 “가사근로자는 근로기준법 적용이 어렵다고 하는데, 하지 않은 것이지 지금도 하면 된다. 법 전면 적용이 아닌 산업별 배제의 선례를 만들면 안 된다”며 “업체가 직접고용해 지휘·감독을 하면서 소정 근로시간을 보장하지 않은 채 경영상 위험을 떠넘기는 건 위험하다”고 꼬집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

Top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