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위기 vs 최악 적자… 3분기 전기료 놓고 ‘고심’

요금 오르면 5%대 고물가 상황 악화 우려한전 적자·생태계 악화도 해결 시급 문제정부가 3분기 전기요금에 적용되는 연료비 조정요금을 놓고 물가 안정과 공공요금 정상화라는 두 가지 정책 목표가 상충하자, 기존 발표 일정까지 연기하며 고심에 빠졌다.국제 연료비 상승에도 전기요금 인상이 억눌리며 한국전력(한전)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이지만, 전기요금 인상 시 연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를 넘을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기 때문이다.20일 한전은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결정 연기 방침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당초 산업부는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이날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조정 폭을 결정해 한전에 통보하고, 한전은 21일 오전 발표할 예정이었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관계부처와의 협의 등이 진행 중이며, 추후 협의 결과가 나와야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확정해 통보한다는 입장이다.산업부 관계자는 “3분기 전기요금 연료비 조정단가는 이번 주 중 결정하려고 한다”며 “전기요금 인상이 어마어마하게 필요한 것으로 나와, 이 중 한전이 자구 노력을 통해 흡수할 수 있는 부분과 제도를 개선해 줄일 수 있는 부분은 얼마나 되는지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지난해 도입된 연료비 연동제는 전기요금에 매 분기 연료비 변동분을 반영하는 것으로, 조정 폭은 1킬로와트시(㎾h)당 분기별 ±3원, 연간 ±5원으로 상·하한 제한이 있다. 이 제도는 한전의 실적이 국제 유가 변동에 출렁이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다만 정부가 유보 권한을 쥐고 있어 연료비 연동제 시행은 수차례 유보됐다. 앞서 지난해 1분기에는 유가 하락을 반영해 ㎾h당 3원을 내렸지만, 2·3분기에는 인상 요인에도 물가 부담 등을 고려해 요금 인상을 억눌렀다.이후 연료비 상승세가 지속되며 같은 해 4분기에는 ㎾h당 3원을 다시 올렸다. 올해 들어서는 1·2분기에 연료비 조정요금 인상 요인이 상당했지만 국민 생활 등을 감안해 결국 동결했다.물가 당국인 기획재정부는 최근 고물가 상황을 고려해 물가 상승을 더욱 부추길 수 있는 공공요금 인상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전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생산원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전기·가스요금은 뼈를 깎는 자구 노력 등을 통해 인상을 최소화하겠다”고 언급했다.정부는 한전 등 공공기관의 자체 재정 여력, 경영 효율화 등을 통해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 부문의 물가 인상 요인을 최대한 흡수한다는 계획이다.올해 2월 3%대 후반 수준이었던 물가 상승률은 국제 유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지난달 5.4%로 뛰었다. 5%대 상승률을 보인 것은 2008년 9월(5.1%) 이후 13년 8개월 만에 처음이다. 만약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하반기 물가는 6%대에 진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가뜩이나 민수용(주택용·일반용) 도시가스요금도 다음 달 원료비 정산단가가 메가줄(MJ·가스 사용 열량 단위)당 1.9원으로 기존보다 0.67원 오를 예정이다. 여기에 하반기 전기요금 인상까지 겹친다면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물가 상승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이런 가운데 정부가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전기요금 등을 제어해 물가를 관리할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진다. 그동안 공공요금에 대한 ‘원가주의 원칙’을 강조했지만, 물가 잡기를 위해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고심이 커져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발표 자체를 미룰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4일 전기요금 인상 문제 등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공급 사이드(측면)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들을 다 취하려 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다만 전기요금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전력산업계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국제 연료비 상승에도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 한 한전은 올해 1분기에만 약 7조8000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한전의 적자 규모가 연말에는 3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한전은 지난 16일 정부에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는 최대 인상 폭인 3원을 올려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연료비 조정단가 산정내역을 제출했다. 한전은 현재의 연료비 조정 폭으로는 국제 연료 가격을 반영할 수 없다며 향후 확대할 것도 요청했다.한전이 적자 개선 차원에서 내놓은 자구 노력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전은 출자 지분, 부동산, 해외 사업 등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이 중 견실한 알짜 해외 사업 매각 등은 장기적으로 경영 측면에서 제살 깎아먹기라는 시각도 존재한다.정부도 한전의 적자 줄이기를 위해 전력도매가격(SMP) 상한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민간 발전업계의 반발도 상당하다. 이에 한전은 물론 발전업계 전반에서 전기요금 인상이란 근본 처방 없이는 대폭적인 적자 개선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이어진다.대한전기협회, 한국전기기술인협회 등 10여개 단체가 속한 전기관련단체협의회는 지난 17일 긴급 성명을 통해 “한전은 창사 이래 최대의 재무 위기에 직면했고, 전기산업계 중소·중견기업은 한전의 긴축경영으로 인해 도미노 셧다운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전기산업 생태계 안정화를 위해 전기요금 결정권을 갖고 있는 정책당국의 결단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전기요금 문제와 관련한 과도한 정치권의 개입도 자제를 요청한다. 전기요금의 탈정치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고물가 위기 vs 최악 적자… 3분기 전기료 놓고 ‘고심’


요금 오르면 5%대 고물가 상황 악화 우려
한전 적자·생태계 악화도 해결 시급 문제
정부가 3분기 전기요금에 적용되는 연료비 조정요금을 놓고 물가 안정과 공공요금 정상화라는 두 가지 정책 목표가 상충하자, 기존 발표 일정까지 연기하며 고심에 빠졌다.
국제 연료비 상승에도 전기요금 인상이 억눌리며 한국전력(한전)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이지만, 전기요금 인상 시 연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를 넘을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20일 한전은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결정 연기 방침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당초 산업부는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이날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조정 폭을 결정해 한전에 통보하고, 한전은 21일 오전 발표할 예정이었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관계부처와의 협의 등이 진행 중이며, 추후 협의 결과가 나와야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확정해 통보한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3분기 전기요금 연료비 조정단가는 이번 주 중 결정하려고 한다”며 “전기요금 인상이 어마어마하게 필요한 것으로 나와, 이 중 한전이 자구 노력을 통해 흡수할 수 있는 부분과 제도를 개선해 줄일 수 있는 부분은 얼마나 되는지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도입된 연료비 연동제는 전기요금에 매 분기 연료비 변동분을 반영하는 것으로, 조정 폭은 1킬로와트시(㎾h)당 분기별 ±3원, 연간 ±5원으로 상·하한 제한이 있다. 이 제도는 한전의 실적이 국제 유가 변동에 출렁이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다만 정부가 유보 권한을 쥐고 있어 연료비 연동제 시행은 수차례 유보됐다. 앞서 지난해 1분기에는 유가 하락을 반영해 ㎾h당 3원을 내렸지만, 2·3분기에는 인상 요인에도 물가 부담 등을 고려해 요금 인상을 억눌렀다.
이후 연료비 상승세가 지속되며 같은 해 4분기에는 ㎾h당 3원을 다시 올렸다. 올해 들어서는 1·2분기에 연료비 조정요금 인상 요인이 상당했지만 국민 생활 등을 감안해 결국 동결했다.
물가 당국인 기획재정부는 최근 고물가 상황을 고려해 물가 상승을 더욱 부추길 수 있는 공공요금 인상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전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생산원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전기·가스요금은 뼈를 깎는 자구 노력 등을 통해 인상을 최소화하겠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한전 등 공공기관의 자체 재정 여력, 경영 효율화 등을 통해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 부문의 물가 인상 요인을 최대한 흡수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2월 3%대 후반 수준이었던 물가 상승률은 국제 유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지난달 5.4%로 뛰었다. 5%대 상승률을 보인 것은 2008년 9월(5.1%) 이후 13년 8개월 만에 처음이다. 만약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하반기 물가는 6%대에 진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가뜩이나 민수용(주택용·일반용) 도시가스요금도 다음 달 원료비 정산단가가 메가줄(MJ·가스 사용 열량 단위)당 1.9원으로 기존보다 0.67원 오를 예정이다. 여기에 하반기 전기요금 인상까지 겹친다면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물가 상승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전기요금 등을 제어해 물가를 관리할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진다. 그동안 공공요금에 대한 ‘원가주의 원칙’을 강조했지만, 물가 잡기를 위해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고심이 커져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발표 자체를 미룰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4일 전기요금 인상 문제 등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공급 사이드(측면)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들을 다 취하려 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전기요금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전력산업계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국제 연료비 상승에도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 한 한전은 올해 1분기에만 약 7조8000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한전의 적자 규모가 연말에는 3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전은 지난 16일 정부에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는 최대 인상 폭인 3원을 올려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연료비 조정단가 산정내역을 제출했다. 한전은 현재의 연료비 조정 폭으로는 국제 연료 가격을 반영할 수 없다며 향후 확대할 것도 요청했다.
한전이 적자 개선 차원에서 내놓은 자구 노력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전은 출자 지분, 부동산, 해외 사업 등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이 중 견실한 알짜 해외 사업 매각 등은 장기적으로 경영 측면에서 제살 깎아먹기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정부도 한전의 적자 줄이기를 위해 전력도매가격(SMP) 상한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민간 발전업계의 반발도 상당하다. 이에 한전은 물론 발전업계 전반에서 전기요금 인상이란 근본 처방 없이는 대폭적인 적자 개선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대한전기협회, 한국전기기술인협회 등 10여개 단체가 속한 전기관련단체협의회는 지난 17일 긴급 성명을 통해 “한전은 창사 이래 최대의 재무 위기에 직면했고, 전기산업계 중소·중견기업은 한전의 긴축경영으로 인해 도미노 셧다운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기산업 생태계 안정화를 위해 전기요금 결정권을 갖고 있는 정책당국의 결단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전기요금 문제와 관련한 과도한 정치권의 개입도 자제를 요청한다. 전기요금의 탈정치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