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이 쌀, 못난이 비지’가 만든 건강하고 맛있는 맛…‘익사이클링 바삭칩’의 새활용은 성공적
‘재활용’은 불편한 일이다. 버리면 그만인 제품도 재활용하려면 신경 써서 버려야 한다. 에너지를 덜 쓰려고 배달주문을 하는 시대에, 쓰레기를 잘 버리기 위해 에너지를 써야 한다는 게 아이러니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구를 위한 재활용은 그런 ‘번거로움’에서 시작한다.살뜰하게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 배출하는 사람 중에는 “그래서 이 쓰레기들이 허튼 데 쓰이지 않는 게 맞아?” 라는 날 선 의문을 품는 이들이 적잖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셋 중 하나다. 첫째, “허튼 데 쓰이지 않습니다. 그저 매립될 뿐이죠.” 이런 대답은 달갑지 않다.두 번째로 흔히 나오는 대답은 이거다. “소재를 선별해서 재활용에 투자합니다.” 이렇게 적극 활용되는 재활용 소재가 PET(페트)다. 생수병의 원료인 페트는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은 상태에서 깨끗하게 분리 배출되면 재활용률이 가파르게 상승한다. 페트는 섬유, 생수병, 음료수병, 화장품 병 등으로 다양하게 재활용될 수 있다.세 번째로 쓸 만한 대답은 ‘업사이클링’이다. “재활용 말고 새활용으로 재탄생시킵니다.” 새활용은 쓰레기가 버려진 모습과 전혀 다른 양상으로 재탄생하는 것을 말한다. 페트병이 옷으로, 현수막이 가방으로, 폐타이어가 신발로 다시 태어나는 식이다.음식의 경우에도 업사이클링이 적용된다. 상품성이 낮은 재료를 써서 프리미엄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 현시점 국내의 ‘푸드 업사이클링’은 이런 방식으로 이뤄진다. 식품업계 1위 CJ제일제당은 우리나라에서 사실상 미개척 영역인 푸드 업사이클링을 최근 과감하게 펼치기 시작했다.CJ제일제당 소속 사내 벤처 프로그램인 ‘이노백’(INNO100)을 통해 꾸려진 ‘업사이클링 CIC(사내독립조직)’는 지난해 4월 국내 최초 대기업 푸드 업사이클링 제품인 ‘익사이클링 바삭칩’을 내놨다. ‘익사이클링 바삭칩’은 와디즈 등의 펀딩에서 호평을 받은 뒤 지난달부터 전국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푸드 업사이클링 제품이 전국 단위에서 유통되기 시작한 첫 사례로 꼽힌다.CJ제일제당 업사이클링 CIC는 어떻게 우리나라에서 푸드 업사이클링 시대를 개척할 수 있었을까. 이 같은 궁금증을 안고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CJ제일제당 혁신 허브 ‘이노플레이’에서 업사이클링 CIC팀을 만났다. 입사 동기들 위주로 이뤄진 팀을 이끄는 정주희씨의 이야기는 이렇다.“2021년 6월 제가 처음 아이디어를 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푸드 업사이클링’의 성과가 거의 없더라고요.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인만큼 친환경 차원에서 해보자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렇게 아이디어를 냈고, ‘어어어…’ 하는 사이에 일이 빠르게 진행됐죠. 부담도 되지만 시장을 선도한다는 즐거움도 있어요.”업사이클링 CIC팀은 햇반을 만들다 버려진 ‘못난이 쌀’, 두부 제품을 만들면서 자연스레 생성되는 ‘못난이 비지’를 원료로 ‘익사이클링 바삭칩’을 만들었다. 처음 만들어진 것은 2021년 12월. 와디즈 같은 펀딩 플랫폼에서 소규모로 판매됐다. 소비자 반응이 좋았다. 푸드 업사이클링이라는 개념이 통했고, 단순히 ‘친환경’이라는 가치를 넘어서 ‘맛’으로도 승부가 가능했다.생김새가 못나서 ‘밥’이 될 수 없고(못난이 쌀), 식품으로 가공하자니 공정이 복잡하고 까다로운 재료(못난이 비지)를 메인으로 삼았다. ‘맛’에는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심혈을 기울이면서 ‘건강한 맛’을 완성할 수 있었다. 식품연구소 연구원 출신으로 이 팀에 합류한 이지선씨는 연구·개발(R&D) 차원에서도 푸드 업사이클링은 도전적인 연구라는 점을 강조했다.“익사이클링 바삭칩에 쓰이는 깨진 쌀이나 비지는 그동안 ‘식품 부산물’로 버려졌어요. 일부 사료로 사용되기도 했지만, 품질에 비해 쓰임은 낮았죠. 품질이 나빠서 재료로 쓸 수 없는 게 아니었는데, 평가절하됐었거든요. 그런데 그 ‘못난이’들에게서 고단백 고식이섬유를 발견한 거죠.”깨진 쌀은 영양에 문제가 없다. 다만 ‘햇반’의 재료로 쓰기에 부족할 따름이었다. 업사이클링 CIC 팀 소속의 생산 전문가 최승봉씨는 “깨진 쌀로 햇반을 만들면 전분이 많이 나와서 밥이 질게 만들어질 수 있다. 그래서 깨진 쌀을 쓰지 않는 거다. 깨진 쌀이 하자가 있어서 사용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최근 이 팀에 합류한 최씨는 ‘생산성’을 담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아이디어가 넘쳐서 현실감을 벗어날 때, 생산성 측면에서 조언하면서 ‘일이 되게끔’ 만드는 게 내 역할”이라며 “푸드 업사이클링이 사업성을 가지려면 생산성도 담보해야 마땅하다”고 설명했다.마케팅과 세일즈 담당인 이의정씨는 상품성을 완성하는 데 힘을 쏟았다. “포장재는 한 번 버려진 폐플라스틱 활용해서 만들었어요. 저희 기조가 ‘어쓰 앤 어스(Earth and Us)’거든요. 친환경적인 요소를 고단백 고식이라는 제품 재료부터 포장까지 적용했어요. 그래서 조금 비싸지만, 그만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용물부터 포장까지 꼼꼼하게 의미부여를 했어요.”이 팀은 ‘그린워싱’을 늘 염두에 둔다. 이의정씨는 “우리의 노력이 ‘그린워싱’은 아닌지 숱하게 자기검열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 팀은 그래서 미국 푸드업사이클링협회의 기준치보다 높게 기준을 삼았다. 이 협회는 업사이클링 재료가 15% 이상 함유되면 ‘푸드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정의한다. ‘익사이클링 바삭칩’에는 못난이 쌀 17%, 비지 11.3%로 총 28.3%의 업사이클링 재료가 포함돼 있다. 미국 기준의 배 가까이 된다.정씨는 “업사이클링 재료를 최대한 쓰려고 한다. 다만 CJ제일제당 제품 생산 공정에서 ‘못난이 쌀’과 ‘못난이 비지’ 재료가 나오는 데 한계가 있다”며 “상품성을 감안하면 2주가량 재료를 보관할 수 있는데 그만큼 원료가 충족되지 않을 때가 있지만 최대한 활용해서 만들어내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살뜰하게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 배출하는 사람 중에는 “그래서 이 쓰레기들이 허튼 데 쓰이지 않는 게 맞아?” 라는 날 선 의문을 품는 이들이 적잖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셋 중 하나다. 첫째, “허튼 데 쓰이지 않습니다. 그저 매립될 뿐이죠.” 이런 대답은 달갑지 않다.
두 번째로 흔히 나오는 대답은 이거다. “소재를 선별해서 재활용에 투자합니다.” 이렇게 적극 활용되는 재활용 소재가 PET(페트)다. 생수병의 원료인 페트는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은 상태에서 깨끗하게 분리 배출되면 재활용률이 가파르게 상승한다. 페트는 섬유, 생수병, 음료수병, 화장품 병 등으로 다양하게 재활용될 수 있다.
세 번째로 쓸 만한 대답은 ‘업사이클링’이다. “재활용 말고 새활용으로 재탄생시킵니다.” 새활용은 쓰레기가 버려진 모습과 전혀 다른 양상으로 재탄생하는 것을 말한다. 페트병이 옷으로, 현수막이 가방으로, 폐타이어가 신발로 다시 태어나는 식이다.
음식의 경우에도 업사이클링이 적용된다. 상품성이 낮은 재료를 써서 프리미엄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 현시점 국내의 ‘푸드 업사이클링’은 이런 방식으로 이뤄진다. 식품업계 1위 CJ제일제당은 우리나라에서 사실상 미개척 영역인 푸드 업사이클링을 최근 과감하게 펼치기 시작했다.
CJ제일제당 소속 사내 벤처 프로그램인 ‘이노백’(INNO100)을 통해 꾸려진 ‘업사이클링 CIC(사내독립조직)’는 지난해 4월 국내 최초 대기업 푸드 업사이클링 제품인 ‘익사이클링 바삭칩’을 내놨다. ‘익사이클링 바삭칩’은 와디즈 등의 펀딩에서 호평을 받은 뒤 지난달부터 전국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푸드 업사이클링 제품이 전국 단위에서 유통되기 시작한 첫 사례로 꼽힌다.
CJ제일제당 업사이클링 CIC는 어떻게 우리나라에서 푸드 업사이클링 시대를 개척할 수 있었을까. 이 같은 궁금증을 안고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CJ제일제당 혁신 허브 ‘이노플레이’에서 업사이클링 CIC팀을 만났다. 입사 동기들 위주로 이뤄진 팀을 이끄는 정주희씨의 이야기는 이렇다.
“2021년 6월 제가 처음 아이디어를 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푸드 업사이클링’의 성과가 거의 없더라고요.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인만큼 친환경 차원에서 해보자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렇게 아이디어를 냈고, ‘어어어…’ 하는 사이에 일이 빠르게 진행됐죠. 부담도 되지만 시장을 선도한다는 즐거움도 있어요.”
업사이클링 CIC팀은 햇반을 만들다 버려진 ‘못난이 쌀’, 두부 제품을 만들면서 자연스레 생성되는 ‘못난이 비지’를 원료로 ‘익사이클링 바삭칩’을 만들었다. 처음 만들어진 것은 2021년 12월. 와디즈 같은 펀딩 플랫폼에서 소규모로 판매됐다. 소비자 반응이 좋았다. 푸드 업사이클링이라는 개념이 통했고, 단순히 ‘친환경’이라는 가치를 넘어서 ‘맛’으로도 승부가 가능했다.
생김새가 못나서 ‘밥’이 될 수 없고(못난이 쌀), 식품으로 가공하자니 공정이 복잡하고 까다로운 재료(못난이 비지)를 메인으로 삼았다. ‘맛’에는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심혈을 기울이면서 ‘건강한 맛’을 완성할 수 있었다. 식품연구소 연구원 출신으로 이 팀에 합류한 이지선씨는 연구·개발(R&D) 차원에서도 푸드 업사이클링은 도전적인 연구라는 점을 강조했다.
“익사이클링 바삭칩에 쓰이는 깨진 쌀이나 비지는 그동안 ‘식품 부산물’로 버려졌어요. 일부 사료로 사용되기도 했지만, 품질에 비해 쓰임은 낮았죠. 품질이 나빠서 재료로 쓸 수 없는 게 아니었는데, 평가절하됐었거든요. 그런데 그 ‘못난이’들에게서 고단백 고식이섬유를 발견한 거죠.”
깨진 쌀은 영양에 문제가 없다. 다만 ‘햇반’의 재료로 쓰기에 부족할 따름이었다. 업사이클링 CIC 팀 소속의 생산 전문가 최승봉씨는 “깨진 쌀로 햇반을 만들면 전분이 많이 나와서 밥이 질게 만들어질 수 있다. 그래서 깨진 쌀을 쓰지 않는 거다. 깨진 쌀이 하자가 있어서 사용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최근 이 팀에 합류한 최씨는 ‘생산성’을 담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아이디어가 넘쳐서 현실감을 벗어날 때, 생산성 측면에서 조언하면서 ‘일이 되게끔’ 만드는 게 내 역할”이라며 “푸드 업사이클링이 사업성을 가지려면 생산성도 담보해야 마땅하다”고 설명했다.
마케팅과 세일즈 담당인 이의정씨는 상품성을 완성하는 데 힘을 쏟았다. “포장재는 한 번 버려진 폐플라스틱 활용해서 만들었어요. 저희 기조가 ‘어쓰 앤 어스(Earth and Us)’거든요. 친환경적인 요소를 고단백 고식이라는 제품 재료부터 포장까지 적용했어요. 그래서 조금 비싸지만, 그만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용물부터 포장까지 꼼꼼하게 의미부여를 했어요.”
이 팀은 ‘그린워싱’을 늘 염두에 둔다. 이의정씨는 “우리의 노력이 ‘그린워싱’은 아닌지 숱하게 자기검열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 팀은 그래서 미국 푸드업사이클링협회의 기준치보다 높게 기준을 삼았다. 이 협회는 업사이클링 재료가 15% 이상 함유되면 ‘푸드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정의한다. ‘익사이클링 바삭칩’에는 못난이 쌀 17%, 비지 11.3%로 총 28.3%의 업사이클링 재료가 포함돼 있다. 미국 기준의 배 가까이 된다.
정씨는 “업사이클링 재료를 최대한 쓰려고 한다. 다만 CJ제일제당 제품 생산 공정에서 ‘못난이 쌀’과 ‘못난이 비지’ 재료가 나오는 데 한계가 있다”며 “상품성을 감안하면 2주가량 재료를 보관할 수 있는데 그만큼 원료가 충족되지 않을 때가 있지만 최대한 활용해서 만들어내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