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딸에 분노한 그들이 한동훈 딸엔 조용한 이유는..."

대한민국 지식인 사회에서 김동춘만큼 다방면에 걸쳐 이 사회를 날카롭게 바라보고, 비판하고, 활동한 학자가 있었을까? 역사, 노동 경제, 이념 등에 두루 걸쳐있는 김동춘의 레이더는 광범위하고, 깊은 병증을 찾는 그의 그물은 늘 촘촘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를 통해 이 사회의 교육 문제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물론 그간 교육에 대한 이런저런 문제 제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김동춘은 이번 책을 통해 한국형 능력주의가 교육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로 인해 어떤 문제들이 발생하는지에 대해 구조적으로 해부하고, 그 대안을 제시한다. 단순히 교육의 문제를 넘어 정치와 경제, 사회학을 넘나들며 빈틈없이 논증을 전개하는 김동춘의 칼날은 여전히 벼리다. 관련하여 지난 16일 (창작과비평사)의 저자 김동춘 교수를 만났다. 우리는 이 학자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나라는 대체 어디로 가는 거냐고.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시험능력주의는 마치 공기와 같이 우리의 일상을 지배"   - 그간 과거사, 이념 갈등, 노동과 계급 문제 등 한국 사회의 다양한 병폐들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비판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오셨다. 다만 이번 저작인 는 그간 천착했던 주제와 다소 동떨어진 느낌인데? "처음엔 노동문제에 대해 관심이 있었다. 한국의 노동문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교육 문제와 연결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노동과 교육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언젠가 제대로 다뤄봐야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관련해서 글도 많이 썼었고. 게다가 교사와 교수를 거치면서 학생들을 계속 만나왔기 때문에 누구보다 가까이서 이 문제를 지켜보고, 절실히 공감하기도 했다. 그동안 과거사 문제나 현대사 쪽으로 연구하면서 계속 미뤄졌는데, 이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이제는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 노동과 교육이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라고 하셨는데, 예를 든다면? "2016년에 구의역 김군 참사 사건을 보면서 느끼는 바가 많았다. 대학을 나오지 않고, 학벌이 없으면 사람대접을 받을 수 없는 현실이 있고, 이 현실로 인해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불리한 대우를 감수하면서 살아야만 하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 '한국은 아주 특별한 시험사회, 사람을 평가할 때 시험성적 이력을 거의 절대시하는 시험만능주의 사회'라고 하셨는데, 단순하게 생각해 보면 시험만큼 어떤 사람의 능력을 쉽게 가늠할 수 있는 것도 없는 게 아닐까? "한국의 시험은 이른바 '집필 고사'고, 사람을 점수화, 수치화해서 등급과 랭킹을 매기기 위한 시험이고, 다수를 떨어뜨리기 위한 시험이라는 특징이 있다. 또 하나의 주요한 특징은 학교 내신, 수능시험이 그렇듯이 4지선다, 5지선다라는 점이다. 이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객관화된 기준을 제시해야만 승복한다는 중요한 메커니즘을 보여준다. 한 번에, 한 칸에 당락을 좌우하고, 그것이 일생의 운명을 좌우한다. 물론 시험은 어느 나라에나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한다. 다만 다수의 경쟁자를 탈락시키기 위한 이런 시험은 전형적으로 일본, 중국, 한국에서 주로 나타난다. 국가주의 전통이 강한 나라, 시민사회에서의 자체 평가의 능력이 약한 나라에서 나타나는 현상인데 이런 것으로 사람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다는 사실은 어폐가 있다."   - '시험능력주의의 앞면을 지배체제라 보면, 뒷면은 노동(배제)체제이며, 그 결과는 부정적인 사회병리들'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어떤 사회병리들이 있는지 간략하게 말씀해주신다면? "우리 사회에서 시험은 명문대, 좋은 학과가 1차, 고시 합격 같은 것을 2차로 나눌 수 있는데, 이런 시험능력주의는 마치 공기와 같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평생토록 지배한다. 문제는 이 시험이 소수의 승리자와 다수의 패배자를 남긴다는 점이다. 패배자는 패배감을 가지고 살아가고, 승리자는 부당한 지배체제를 갖는다. 사회적인 부정이나 불법이 있어도 말을 꺼내지 못하면서 부당한 권력과 불법을 계속 유지하는 식이다.   가장 심각한 건 역시 청소년 문제가 아닐까 싶다.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 일탈, 좌절감, 정신적 상처, 자살, 부모들의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 스트레스, 부모들이 겪는 상처 등등이 우리 국민이 겪는 시험주의 체제의 병리라고 본다.   한편으로 승리자들도 상처가 있다. 더 위에 있는 승리자들에 대한 콤플렉스다. 또 하나는 사람이란 무릇 자기에게 맞는 일을 찾아가야 하는데 성적이 좋다는 이유로, 혹은 좋지 않다는 이유로 맞지 않는 옷을 입고 평생을 살아가야만 한다. 그야말로 온 사회의 병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 그런데 지금의 학생들은 이런 시험능력주의의 문제를 인식하기보다 공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위로 올라가는 것에 더 분노하는 것 같다. 대표적으로 조국 사태 때 그랬고. 같은 맥락으로 보면 한동훈의 딸에게는 또 별다른 분노가 없다. 이 차이는 어디서 비롯된다고 보는지? 전체 내용보기

"조국 딸에 분노한 그들이 한동훈 딸엔 조용한 이유는..."
대한민국 지식인 사회에서 김동춘만큼 다방면에 걸쳐 이 사회를 날카롭게 바라보고, 비판하고, 활동한 학자가 있었을까? 역사, 노동 경제, 이념 등에 두루 걸쳐있는 김동춘의 레이더는 광범위하고, 깊은 병증을 찾는 그의 그물은 늘 촘촘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시험능력주의>를 통해 이 사회의 교육 문제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물론 그간 교육에 대한 이런저런 문제 제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김동춘은 이번 책을 통해 한국형 능력주의가 교육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로 인해 어떤 문제들이 발생하는지에 대해 구조적으로 해부하고, 그 대안을 제시한다.

단순히 교육의 문제를 넘어 정치와 경제, 사회학을 넘나들며 빈틈없이 논증을 전개하는 김동춘의 칼날은 여전히 벼리다. 관련하여 지난 16일 <시험능력주의>(창작과비평사)의 저자 김동춘 교수를 만났다. 우리는 이 학자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나라는 대체 어디로 가는 거냐고.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시험능력주의는 마치 공기와 같이 우리의 일상을 지배"
 
- 그간 과거사, 이념 갈등, 노동과 계급 문제 등 한국 사회의 다양한 병폐들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비판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오셨다. 다만 이번 저작인 <시험능력주의>는 그간 천착했던 주제와 다소 동떨어진 느낌인데?

"처음엔 노동문제에 대해 관심이 있었다. 한국의 노동문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교육 문제와 연결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노동과 교육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언젠가 제대로 다뤄봐야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관련해서 글도 많이 썼었고. 게다가 교사와 교수를 거치면서 학생들을 계속 만나왔기 때문에 누구보다 가까이서 이 문제를 지켜보고, 절실히 공감하기도 했다. 그동안 과거사 문제나 현대사 쪽으로 연구하면서 계속 미뤄졌는데, 이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이제는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 노동과 교육이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라고 하셨는데, 예를 든다면?

"2016년에 구의역 김군 참사 사건을 보면서 느끼는 바가 많았다. 대학을 나오지 않고, 학벌이 없으면 사람대접을 받을 수 없는 현실이 있고, 이 현실로 인해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불리한 대우를 감수하면서 살아야만 하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 '한국은 아주 특별한 시험사회, 사람을 평가할 때 시험성적 이력을 거의 절대시하는 시험만능주의 사회'라고 하셨는데, 단순하게 생각해 보면 시험만큼 어떤 사람의 능력을 쉽게 가늠할 수 있는 것도 없는 게 아닐까?

"한국의 시험은 이른바 '집필 고사'고, 사람을 점수화, 수치화해서 등급과 랭킹을 매기기 위한 시험이고, 다수를 떨어뜨리기 위한 시험이라는 특징이 있다. 또 하나의 주요한 특징은 학교 내신, 수능시험이 그렇듯이 4지선다, 5지선다라는 점이다. 이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객관화된 기준을 제시해야만 승복한다는 중요한 메커니즘을 보여준다. 한 번에, 한 칸에 당락을 좌우하고, 그것이 일생의 운명을 좌우한다. 물론 시험은 어느 나라에나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한다. 다만 다수의 경쟁자를 탈락시키기 위한 이런 시험은 전형적으로 일본, 중국, 한국에서 주로 나타난다. 국가주의 전통이 강한 나라, 시민사회에서의 자체 평가의 능력이 약한 나라에서 나타나는 현상인데 이런 것으로 사람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다는 사실은 어폐가 있다."
 
- '시험능력주의의 앞면을 지배체제라 보면, 뒷면은 노동(배제)체제이며, 그 결과는 부정적인 사회병리들'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어떤 사회병리들이 있는지 간략하게 말씀해주신다면?

"우리 사회에서 시험은 명문대, 좋은 학과가 1차, 고시 합격 같은 것을 2차로 나눌 수 있는데, 이런 시험능력주의는 마치 공기와 같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평생토록 지배한다. 문제는 이 시험이 소수의 승리자와 다수의 패배자를 남긴다는 점이다. 패배자는 패배감을 가지고 살아가고, 승리자는 부당한 지배체제를 갖는다. 사회적인 부정이나 불법이 있어도 말을 꺼내지 못하면서 부당한 권력과 불법을 계속 유지하는 식이다.
 
가장 심각한 건 역시 청소년 문제가 아닐까 싶다.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 일탈, 좌절감, 정신적 상처, 자살, 부모들의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 스트레스, 부모들이 겪는 상처 등등이 우리 국민이 겪는 시험주의 체제의 병리라고 본다.
 
한편으로 승리자들도 상처가 있다. 더 위에 있는 승리자들에 대한 콤플렉스다. 또 하나는 사람이란 무릇 자기에게 맞는 일을 찾아가야 하는데 성적이 좋다는 이유로, 혹은 좋지 않다는 이유로 맞지 않는 옷을 입고 평생을 살아가야만 한다. 그야말로 온 사회의 병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 그런데 지금의 학생들은 이런 시험능력주의의 문제를 인식하기보다 공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위로 올라가는 것에 더 분노하는 것 같다. 대표적으로 조국 사태 때 그랬고. 같은 맥락으로 보면 한동훈의 딸에게는 또 별다른 분노가 없다. 이 차이는 어디서 비롯된다고 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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